2024/12 10

[상해편지10] 가까이에서 본 중국의 이모저모

지난 2월 말, 1년 일정으로 상해에 온 이래 시간은 정말 빨리 지나가 이제 석 달만 있으면 중국 생활이 마감된다. 짧은 기간이어서 중국을 제대로 보고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고 또 부분으로써 전체를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할까 저어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방인으로 그 속에서 살면서 체험한 점들을 간략히 정리해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듯 하다.  1. 서민의 발, 자전거  소학 4, 5학년인 우리 집 아이들은 아침마다 내 눈치를 슬슬 살핀다. 도보로 40여분 걸리는 학교까지 걸어가지 않고 어떻게 자전거 뒤에 얹혀 편히 갈 수 있을까해서이다. 어릴 때 엉덩이 찧어가며 배워 둔 자전거 타기가 오늘날 이렇게 쓸모가 있을 줄이야... 나는 자전거를 수단으로 아이들을 휘어잡으며 선심 쓰듯이 서랍에서 자전거 열쇠를 꺼내..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9] 중국 최고의 두 대학, 북경대와 청화대를 가보다.

소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자 가족 모두 배낭 하나씩을 메고 여행길에 올랐다. 상해를 벗어나 중국의 여러 도시와 농촌을 여행하며 중국의 역사와 자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일자 : 6. 30~7. 26 이동 경로 : 상해→태안→곡부→추성→태안→제남→북경→승덕→북경→호화호특→포두             →호화호특→서안→낙양→정주→상해 -------------------------------------------------------------------------- 자금성, 천안문, 만리장성, 13릉, 원명원, 이화원 등 수도 북경의 이름난 여러 문물을 관람하는 내내 정작 가보고 싶었던 곳은 따로 있었다. 북경대와 청화대.  고색창연한 문화 유적들로부터 중국의 유서..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8] 산동의 다혈질 아저씨, 쏭쥔(宋軍)

소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자 가족 모두 배낭 하나씩을 메고 여행길에 올랐다. 상해를 벗어나 중국의 여러 도시와 농촌을 여행하며 중국의 역사와 자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일자 : 6. 30~7. 26 이동 경로 : 상해→태안→곡부→추성→태안→제남→북경→승덕→북경→호화호특→포두             →호화호특→서안→낙양→정주→상해 -------------------------------------------------------------------------- 중국인이 즐겨 쓰는 문구 가운데 인걸지령(人傑地靈)이라는 말이 있다. 원래 인걸은 땅의 영기를 받아 태어난다는 뜻이지만, 지방에 따라 다른 사람들의 기질을 이야기할 때도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7] 관광지 주변의 사람들

소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자 가족 모두 배낭 하나씩을 메고 여행길에 올랐다. 상해를 벗어나 중국의 여러 도시와 농촌을 여행하며 중국의 역사와 자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일자 : 6. 30~7. 26 이동 경로 : 상해→태안→곡부→추성→태안→제남→북경→승덕→북경→호화호특→포두             →호화호특→서안→낙양→정주→상해 -------------------------------------------------------------------------- 여행은 자연과 역사와의 만남인 동시에 인간과의 만남이다. 한 달간의 여행 동안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이들 가운데 관광지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정리해 보았다. ♧ 호객꾼 ♧ 승덕 버스..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6] 자본주의에 침식당하는 중화인민공화국

소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자 가족 모두 배낭 하나씩을 메고 여행길에 올랐다. 상해를 벗어나 중국의 여러 도시와 농촌을 여행하며 중국의 역사와 자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일자 : 6. 30~7. 26 이동 경로 : 상해→태안→곡부→추성→태안→제남→북경→승덕→북경→호화호특→포두             →호화호특→서안→낙양→정주→상해 -------------------------------------------------------------------------- ♧ 컨더지와 마이땅라오 ♧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빈자리가 없다. 누군가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서 의자라도 하나 빼올라치면 ‘여우런(有人 사람 있다)’ 하고 막는다. 짜식이 디질라꼬!! 외국여행에서 매..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5] 중국에도 아리랑이 있다?

소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여름방학을 맞자 가족 모두 배낭 하나씩을 메고 여행길에 올랐다. 상해를 벗어나 중국의 여러 도시와 농촌을 여행하며 중국의 역사와 자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일자 : 6. 30~7. 26 이동 경로 : 상해→태안→곡부→추성→태안→제남→북경→승덕→북경→호화호특→포두             →호화호특→서안→낙양→정주→상해 --------------------------------------------------------------------------  ♧ 기차에서 들은 아리랑 ♧ 또 무릎이 부딪혔다.  마주 보는 좌석에 앉은 눈 큰 아저씨가 드디어 읽던 책을 내려놓고 잠을 청하면서 그 긴 다리를 내 자리 쪽으로 쫙 펴는 바람에 어디에 발을 놓아야할지..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4] 13억을 싣고 달리는 중국 기차

소학에 다니는 아이들이 기말고사를 끝으로 여름방학을 맞자 가족 모두 배낭 하나씩을 메고 오랫동안 별러왔던 여행길에 올랐다. 상해를 벗어나 중국의 여러 도시와 농촌을 여행하며 중국의 문물과 자연,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일자 : 6. 30~7. 26  이동 경로 : 상해⇒태안→곡부→추성→태안⇒제남⇒북경→승덕→북경⇒호화호특           →포두→호화호특⇒서안⇒낙양⇒정주⇒상해    ♧ 중국 기차의 의미 ♧ 넓은 중국 대륙을 이동하는 주된 교통수단은 기차(火車 huoche 후어처)이다. 지역 간 거리가 워낙 엄청나기 때문에 중국인들에게 기차는 일종의 이동주택이다. 먹고 자고 씻고 책보고 오락하며 심지어 휴대 전화로 사업까지 하는 등의 모든 행위가 기차 안에서 이루어진다.  우..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3] 상하이에 남아 있는 한국의 자취

‘다른 위인들은 거의 다 가권이 있었으나 나는 아이들 둘도 다 본국 어머님께 돌려보낸 뒤라 홀몸이었다. 그래서 나는 임시정부정청에서 자고, 밥은 돈벌이 직업을 가진 동포의 집으로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면서 얻어먹었다. 동포의 직업이라 하여 전차 회사의 차표 검표원인 인스펙터가 제일 많은 직업이어서 70명 가량 되었다. 나는 이들의 집으로 다니며 아침  저녁을 빌어먹는 것이니 거지 중에는 상거지였다. 다들 내 처지를 잘 앎으로 누구나 내게 미운 밥은 아니 주었다고 믿는다.  특히 조봉길, 이춘태, 나우, 진희창, 김의한 같은 이들이 절친한 동지들이니 더 말할 것 없고, 다른 동포들도 내게 진정으로 동정하였다. 엄항섭군은 프랑스 공무국에서 받는 월급으로 석오나 나 같은 궁한 운동자를 먹여 살렸다. 그의 전실..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2] 중국에서 본 월드컵

25일 오후 7시 샤오싱(紹興). 루쉰(魯迅)선생의 작품에 등장한 뒤 이 지방의 명물이 된 함형주점(咸亨酒店)에 묵으며 30분 후에 있을 한국 대 독일전을 시청하기로 했다. 저녁을 먹고 오면 시합을 놓칠 것 같아 컵 라면을 사러 슈퍼마켓에 갔다. 마침 카운터의 종업원 두 명이 물건을 봉지에 넣으며 자기들끼리 한국 축구 이야기를 한다.  '한국이 독일의 상대가 될까?' '어림없는 소리. 어떻게 한국이 독일을 이길 수 있어?'. 호텔 로비 안내판에 월드컵 경기를 대형화면으로 시청할 수 있다고 적혀 있기에 올라가 보았더니 그 넓은 홀에 달랑 한 사람만 앉아 있다. 그나마 무료가 아니라 식사를 해야 시청할 수 있단다.  23일 아침 상하이 푸단대 외국인 전용 숙소. 현관을 지나는데 막 출근하던 복무원과 마주쳤다..

2002 상해편지 2024.12.01

[상해편지1] 중국의 미래, 상하이

이탈리아와의 연장전 후반, 마침내 안정환의 골든 골이 터지자 우리 가족은 환호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서고야 말았다. 곧이어 텔레비전 화면 가득 펼쳐지는 태극기를 보며 겨우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는데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친분이 있는 중국인의 전화였다.  “축하합니다. 한국선수들 어쩌면 그렇게 잘 하는지 감탄했어요. 실력뿐 아니라 투지와 정신력이 대단해요. 한국이 아시아를 대표하게되어 같은 아시아인인 중국인으로서 무척 기쁩니다.”  평소 점잖던 그의 음성은 오늘 따라 카랑카랑했다. 아, 그렇다. 한국과 중국은 아시아라는 하나의 단위에 묶여있고 이런 단위들이 모여 세계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에 열광하는 것도 온 세계가 하나라는 통합성, 단일성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 아닌가 ?   여기는 중국의..

2002 상해편지 2024.12.01